키즈 스토리 - 3개의 심장 『 생각 』

둘째 남아와 같이 몸으로 신나게 놀다가 문득 엉뚱한 장난이 치고 싶어졌다.

 

아들~ 손 줘봐~”

 

 

 

아이의 손을 아이의 왼쪽 가슴에 대고는

 

어때? 쿵쾅거리지?”

 

.”

 

심장이야. , 그럼 여기도 볼까?”

 

 

 

이번엔 아이의 중지와 검지를 왼쪽 손목 맥박 뛰는 곳에 갖다 대며 말했다.

 

어때? 여기도 쿵쾅거리지?”

 

 

 

아이는 스르르 웃으며 말했다.

 

!! 여기도 뛰어!!”

 

 

 

똑같은 방법으로 오른쪽 손목에도 손가락을 대어줬더니..

 

뭐지?! 여기 반대쪽도 쿵쾅거리잖아!!”

 

 

 

아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아들~ 그럼 심장이 몇 개야?”

 

 

 

아이는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이 바로 대답했다.

아주 큰 소리로.

 

“3!”

 

 

 

너무 귀엽고 웃겨서 완전히 쓰려졌다.

처음엔 별 생각 없이 한 장난이었지만 나중에 뒤돌아 봤을 때 두고두고 떠올릴만한 아이와의 추억이 아닐까 생각했다.

 

 

 

몇 시간 뒤에 진실을 알려주었다.

 

아들~ 사실은 심장은 1개고 여기 손목에 있는 건 맥박이라고 하는 거야. 심장은 1개뿐이야. 3개가 아냐. 아빠가 장난쳤어~”

 

 

 

아이도 그 상황이 너무 웃긴지 엄청 웃더니.

 

뭐야~ 아빠 왜 장난치고 그래~~”

 

너무 귀여워서~~”

 

라고 말하며 꼭 안아주었다.


꿈속의 소녀 『 생각 』

잠에서 깨어났음에도 꿈이 선명하게 기억날 때가 있다.

꿈속에서 어떤 소녀를 만났는데..

나도 현재의 모습이 아닌 어린 시절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소녀와 하루 종일 시간이 흐르는 줄 모르고 놀았다.

주변은 숲속이었고 이상하게도 현실 같다는 느낌이 있었다.

그 아이도 마치 그 곳에서 살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꿈에서 서서히 깨어날 순간이었나 보다.

소녀는 이제 내가 떠나버린다는 걸 아는 듯이 속삭였다.

 

 

 

다시 또 놀러와~ 알았지? 약속이야~”

 

 

 

그리곤 잠에서 깨어났다.

그 숲 속 풍경과 소녀의 얼굴.

오랜 시간 함께 놀았던 장소.

다시 놀러오라는 소녀의 말.

 

이상하게도 꿈이었지만 꿈이 아닌 것만 같았다.

마치 그쪽 세상이 따로 존재하는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 꿈을 꾸고 나서 이런 상상을 해보았다.

 

혹시 꿈이란 건 어떤 다른 세상을 잠시 탐험하고 돌아오는 건 아닐까?

, 돌아오면서 기억이 사라진다는 조건이 붙으면서 말이다.

그럼에도 가끔 예외로써 그 꿈을 상당부분 기억해 낼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거 아닐까?

어쩌면 나보다 더 자세하고 정확하게 꿈을 기억하는 사람도 많지 않을까?

내가 놀았던 그 장소를 다른 사람도 꿈을 꾸며 가봤던 건 아닐까?

그 소녀는 늘 거기에 살고 있고 다른 사람들도 그 소녀를 보진 않았을까?

그 소녀는 나의 꿈에 단 한번 등장하고 사라지는 인물이 아니라 내가 모르는 다른 세상에 계속 살아가는 존재는 아닐까?

 

남들은 바보 같다 할 수도 있지만 이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아주 오랫동안 해왔다.


키즈 스토리 - 다슬기 『 생각 』

무지막지하게 더운 여름날.

우리 가족은 계곡으로 놀러갔다.

아이들은 생전 처음으로 계곡을 가 본 날이었다.

튜브를 타고 신나게 물놀이를 즐겼다.

 

나는 아이들을 돌보며 같이 놀아주고 있었는데 우연히 바위에 붙어있던 다슬기를 발견했다.

그 주변을 둘러보니 5마리정도 다슬기가 있었다.

다슬기를 떼어내어 아이들에게 보여주었다.

처음 보는 생명체에 아이들의 눈이 반짝거렸다.

한참을 손으로 조물거리더니 둘째는 다시 물놀이를 하러갔고.

첫째는 플라스틱 통에 모아둔 다슬기를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아이는 얘기했다.

약간은 슬픈 눈이 된 것처럼 보였다.

 

 

 

아빠, 근데.. 얘들 다시 보내주자.”

 

풀어줄까?”

 

, 얘들 집으로 보내주자. 엄마 아빠가 찾을 거 같아.”

 

 

 

순간 깜짝 놀랐다.

전혀 생각하지 못한 말이었다.

아이의 순수함에 감동스러웠다.

내가 말했다.

 

 

 

좋아! 그럼 집으로 돌려보내줄까?”

 

! 그렇게 하자. 아빠!”

 

 

 

원래 잡았던 장소에 다슬기를 놓아주었다.

아이는 이제야 걱정이 사라졌는지 다시 물놀이를 하러갔다.

 

어른인 나보다 아이의 생각이 더 깊다고 느꼈다.


아플 때마다 꾸던 꿈 『 생각 』

  어릴 적에 몸이 허약한 편이었다. 마른 편이었고 감기도 자주 걸렸었다.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있었던 일인데.. 꼭 열이 나면 집에 누워 잠을 청하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같은 꿈을 꾸곤 했다. 횟수로 치자면 10번 정도가 넘는 거 같다. 또 같은 꿈을 꿨다며 엄마에게 얘기한 기억도 난다. 그 꿈의 이야기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특정 이미지로만 기억되는데 아직도 생생히 기억이 난다.

 

  핑크빛과 붉은빛의 중간쯤 되는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있고.. 그냥 느낌에 무서운 여왕 같았다. 뒷배경은 어두웠다. 우주 같기도 하고 그냥 어둠 그 자체 같기도 했다. 그 여왕은 아주 무서운 분위기를 풍겼고 드레스는 아주 얇고 부드럽고 거대했다. 그 얇고 거대한 드레스는 하늘하늘 공중에 물결처럼 출렁거렸다. 난 늘 같은 자리에서 저 멀리 조그맣게 보이는 여왕을 바라보았고 그 오묘한 빛을 내뿜는 거대한 드레스가 하염없이 출렁거리는 모습이 꿈의 전부였다.

 

  이 꿈이라는 것이 온전히 내 무의식에서 만들어 진 것인지.. 아니면 내가 TV나 어떤 특정 매체를 보고 그것이 변형되어 이미지화 된 건지 정확히 모르겠다. 그럼에도 아프다는 특정 순간에 매번 똑같은 꿈을 반복해서 꾼다는 사실이 무서우면서도 신기했다. ‘이 꿈은 왜 아플 때마다 꾸는 걸까? 어떤 이유가 있는 건 아닐까? 이 꿈은 나에게 무얼 말하고 싶은 걸까?’ 하고 말이다.


자기검열 『 생각 』

  최대한 거짓 없이 표현하려 하지만 누군가 보고 있다는 의식을 하게 되는 순간 자기검열이 시작되고 진심이 주춤거린다. 개인적인 공간처럼 보지만 사실은 누구나 볼 수 있는 공간. 허나 아이러니하게도 딱히 주춤거릴 정도로 나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은 지극히 적다. 사실 쓸데없는 걱정일 뿐이다. 한 꺼풀 껍질이 덮여있는 상태지만.. 뭐 어쩔 수 없다. 이게 현재 최대의 진심이다.


키즈 스토리 - 킥보드 『 생각 』

몇 해 전 봄.

벚꽃이 한창 만개할 무렵.

둘째 아들이 킥보드를 타다가 심하게 넘어져 얼굴을 다쳤다.

오른쪽 눈과 이마 부분에 찰과상이 생겼다.

깊지는 않지만 흉이 남을까봐 심각하게 걱정했다.

소아과 병원 그리고 응급실도 가봤지만 당장 조치를 할 수가 없다고 나중에 피부과를 가보라고 하더라.

별 소득 없이 아이만 더 지치게 만든 채로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온 아이는 힘들었는지 잠이 들었다.

상처 난 얼굴을 한참 동안 바라보고 있자니 마음이 아파 눈물이 핑 돌았다.

 

모든 게 내 잘못인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오늘 킥보드를 타러 안 나갔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면 다치는 일도 없었을 텐데..

너무나 속이 상해 한참을 자책했다.

아이 엄마는 킥보드를 당장 버리자고 했다.

나도 아내의 말에 동의했고 버릴 생각도 했다.

 

 

 

그때 갑자기 내 어린 시절 기억이 떠올랐다.

초등학교 4학년쯤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졌던 기억이 말이다.

뒷자리에 친구를 태우고 내리막을 내려가다가 인도 턱에 걸려 넘어졌다.

친구는 여기저기 긁히고 난 왼쪽 아래팔뼈가 부러졌다.

 

그때 나의 어머니도 자전거를 버리자는 소리를 했던 거 같다.

다시는 자전거를 타지 말라고 나를 다그치셨다.

그 옆에 우두커니 있던 큰누나가 황당하지만 그럴듯한 말을 했다.

 

"밥 먹다가 체한다고 두 번 다시 안 먹을 건 아니잖아? 그리고 얘가 말을 들을 애도 아니고."

 

지금 생각해봐도 말을 잘 듣는 아이가 아니었다.

6개월 동안의 깁스 생활이 끝나고 난 다시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지금의 난 안전제일을 선호하지만 어린 시절의 난 꽤나 호전적이었나 보다.

뼈가 부러지고도 다시 자전거를 탈 생각을 한 걸 보니 말이다.

 

 

 

어떠한 좌절을 겪은 후 안전하게 그걸 포기하는 게 좋은 걸까?

아니면 위험부담이 있더라도 다시 한 번 도전해서 극복하는 게 좋은 걸까?

나의 아이는 앞으로 킥보드를 무서워하며 지내게 되는 건 아닐까?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 한 채?

 

아이의 상처가 완전히 회복되고 그만 타고 싶은지 다시 타고 싶은지 물어봤다.

어떤 선택을 하던 그것이 올바른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계절이 바뀌었다.

더운 여름을 지나..

가을이 되고..

추운 겨울이 끝나자..

다시 봄이 되었다.

우리 아이는 다시 한 번 봄바람을 맞으며 킥보드를 타기 시작했다.



그때 내가 만약.. 『 생각 』

이 지구상 어느 한 곳에

요만한 바늘 하나를 꼽고

저 하늘 꼭대기에서 밀실을

또 딱하나 떨어뜨리는 거야

그 밀실이 나풀나풀 떨어져서

그 바늘 위에 꽂힐 확률

바로 그 계산도 안 되는 기가 막힌 확률

그걸 인연이라고 부르는 거다.

 

- 번지 점프를 하다 -




누군가를 만나고 사랑한다는 건 참 신기한 일이다.

내 앞에 있는 이 사람과 난 대체 어떠한 인연으로 만나게 된 것일까?

그때 내가 만약..“ 이라는 생각을 해보곤 한다.

 

그때 내가 그곳에서 당신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그때 내가 당신에게 말을 걸지 않았더라면.

그때 내가 했던 말투와 행동이 조금이라도 달랐더라면.

당신과 가까워질 수 있었을까?

 

그때 내가 당신의 손을 잡지 않았더라면.

그때 내가 당신을 품에 안지 않았더라면.

그때 내가 좋아한다고 하지 않았더라면.

당신과 사랑할 수 있었을까?

 

그때 내가 당신의 얘기를 대충 듣지 않았더라면.

그때 내가 화를 내지 않았더라면.

그때 내가 먼저 사과를 했더라면.

그때 내가 당신을 붙잡았더라면.

당신과 헤어지지 않을 수 있었을까?

 

만약 가능하다면 과거의 어느 한 지점으로 돌아가.

전혀 다른 장소에서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만났더라도.

그때도 나를 보고 웃어줬을까?


언제 어떤 순간에도..

나는 당신을..

당신은 나를..

서로 사랑할 수 있었을까?


나 홀로 영화관 『 생각 』

문득 예전에 영화관 영사실에서 일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늘 영화를 동경했었는데 우연찮게 영사실에서 일하게 되었다.

 

예전에 내가 일했던 곳은 모든 관에서 필름으로 상영했다.

내가 일을 관둘 때쯤 전부 디지털로 바뀌어버렸지만 필름이 주는 특유의 낭만이 있었다.

그 아날로그적 감성을 좋아했다.

 

영사기에 손으로 직접 필름을 걸고 상영 준비를 하는 그 감각.

마치 내가 <시네마 천국>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신기하고 즐거웠다.

1년 남짓 정도 일하고 그만뒀지만 그때의 기억 중 아직도 잊지 못하는 기억이 있다.

 

보통 새로운 영화의 필름은 수요일에 들어오고 목요일에 신작으로써 개봉을 하게 된다.

분할되어 있는 필름이 오면 그걸 하나로 연결해서 커다란 덩어리로 만든다.

밤이 되고 영화 상영을 전부 끝마치면 새로 작업한 영화 필름을 확인하는 작업을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상영을 해보면서 필름 작업이 제대로 되었는지 음향을 괜찮은지 스크래치는 없는지 확인하는 작업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붐비고 오갔던 영화관 좌석에 나 홀로 앉아 아직 개봉하지 않은 영화를 보는 그 감각.

필름 돌아가는 소리.

일정하게 소음을 내는 영사기.

어두운 영사실과 영화관 안을 비추는 작은 빛 한줄기.

 

아무도 없는 영화관에 혼자서 영화를 보면 모든 세포가 살아나는 기분이 들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감격에 전율하곤 했었다.


죽음에 대하여 『 생각 』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어린 시절.

엄마 품에서 잠을 청하다가 왜 갑자기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죽음에 대하여 생각했다.

 

우리 가족이 죽어버리면?

내가 죽어버린다면?

그러면 어떻게 되는 거지?

 

그때의 난 작디작은 어린아이였기에.

죽음에 대한 생각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기어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울었다.

엄마는 당황한 표정으로

괜찮다며 걱정하지 말라며 나를 달래주었다.

몇 번이나 같은 말을 반복하며 나를 진정시켰다.

 

어른이 된 지금도 가끔씩 죽음에 대하여 생각한다.

그런 생각을 하지 않으려 최대한 노력하지만 생각이 피어오를 때가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다는 생각.

그 이후 찾아올 나의 감정과 상태와 상황.

그리고 나의 죽음도 생각해본다.

나의 죽음 뒤로 남겨진 사람들.

그들의 마음.

더 이상 내가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진행될 이야기들.

 

좋지 않은 생각들.

경험하고 싶지 않은 그런 순간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로 지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것이 나에게 다가오지 않았으면 하고 말이다.

작디작은 어린아이인 채로.


키즈 스토리 - 구름 『 생각 』

유치원 등원 길에 아이와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걸어가곤 하는데..

그날은 소풍을 가기로 한 날이었다.

푸른 하늘과 흰 구름이 떠다니는 화창한 날이었다.

아이는 기분이 들뜬 듯 신나는 발걸음으로 걸어가다가 하늘이 눈에 들어왔는지 하늘을 한 번 쳐다보더니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아빠, 구름이 날 따라오는 거 같아!”

 

하하. 구름이 네가 좋아서 그러지~”

 

그런가?”

 

네 생각은 어때? 왜 따라오는 거 같아?”

 

 

 

아이는 몇 초정도 생각해보더니 말을 꺼냈다.

 

.. 구름도 소풍가고 싶나봐~”

 

 

 

나는 아이의 생각이 너무 신선하고 귀여워서 웃으며 얘기를 건넸다.

 

아하! 그렇구나! 재밌는 생각이네!”

 

그치?”

 

라고 말하며 아이는 한참을 해맑게 웃었다.

 

 

 

아이의 생각은 가끔 내 예상을 훨씬 벗어날 정도로 맑디맑아서 어른인 나에게도 어떤 깨달음을 줄때가 종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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