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 스토리 - 킥보드 『 생각 』

몇 해 전 봄.

벚꽃이 한창 만개할 무렵.

둘째 아들이 킥보드를 타다가 심하게 넘어져 얼굴을 다쳤다.

오른쪽 눈과 이마 부분에 찰과상이 생겼다.

깊지는 않지만 흉이 남을까봐 심각하게 걱정했다.

소아과 병원 그리고 응급실도 가봤지만 당장 조치를 할 수가 없다고 나중에 피부과를 가보라고 하더라.

별 소득 없이 아이만 더 지치게 만든 채로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온 아이는 힘들었는지 잠이 들었다.

상처 난 얼굴을 한참 동안 바라보고 있자니 마음이 아파 눈물이 핑 돌았다.

 

모든 게 내 잘못인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오늘 킥보드를 타러 안 나갔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면 다치는 일도 없었을 텐데..

너무나 속이 상해 한참을 자책했다.

아이 엄마는 킥보드를 당장 버리자고 했다.

나도 아내의 말에 동의했고 버릴 생각도 했다.

 

 

 

그때 갑자기 내 어린 시절 기억이 떠올랐다.

초등학교 4학년쯤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졌던 기억이 말이다.

뒷자리에 친구를 태우고 내리막을 내려가다가 인도 턱에 걸려 넘어졌다.

친구는 여기저기 긁히고 난 왼쪽 아래팔뼈가 부러졌다.

 

그때 나의 어머니도 자전거를 버리자는 소리를 했던 거 같다.

다시는 자전거를 타지 말라고 나를 다그치셨다.

그 옆에 우두커니 있던 큰누나가 황당하지만 그럴듯한 말을 했다.

 

"밥 먹다가 체한다고 두 번 다시 안 먹을 건 아니잖아? 그리고 얘가 말을 들을 애도 아니고."

 

지금 생각해봐도 말을 잘 듣는 아이가 아니었다.

6개월 동안의 깁스 생활이 끝나고 난 다시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지금의 난 안전제일을 선호하지만 어린 시절의 난 꽤나 호전적이었나 보다.

뼈가 부러지고도 다시 자전거를 탈 생각을 한 걸 보니 말이다.

 

 

 

어떠한 좌절을 겪은 후 안전하게 그걸 포기하는 게 좋은 걸까?

아니면 위험부담이 있더라도 다시 한 번 도전해서 극복하는 게 좋은 걸까?

나의 아이는 앞으로 킥보드를 무서워하며 지내게 되는 건 아닐까?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 한 채?

 

아이의 상처가 완전히 회복되고 그만 타고 싶은지 다시 타고 싶은지 물어봤다.

어떤 선택을 하던 그것이 올바른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계절이 바뀌었다.

더운 여름을 지나..

가을이 되고..

추운 겨울이 끝나자..

다시 봄이 되었다.

우리 아이는 다시 한 번 봄바람을 맞으며 킥보드를 타기 시작했다.



덧글

  • 라비안로즈 2020/03/26 20:42 # 답글

    아무런 상처없이 잘 탈수 있도록 빕니다. ^^
  • EHtopia 2020/03/26 22:55 #

    다행히 그 뒤론 조심해서 타더라구요 ^^
  • 깜찍한 동장군 2020/03/27 19:43 # 답글

    고집멸도라고 집착이 고통을 낳는다는게 부처님 가르침인데, 가까운 가족사이에 더 필요한 가르침인 것 같아요. 참고로 예수그리스도도 같은 가르침을 했습니다.

    본인들에겐 다 어떤 성장에 필요한 경험인거 같아요. 저는 그 시기를 놓쳤더니 이상하게 자전거 못타거든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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